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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타주 후기 리뷰 _ 미투운동이 생각나는 이야기

모나미연필 2018. 3. 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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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일본작품 중에서 기대작이 하나 있는데 바로 영화 <나라타주>에요. '시마모토 리오'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나라타주>는 요즘 나오고 있는 일본 영화들과는 조금 결이 다른 작품이에요. 여주인공이 여느 순정만화들처럼 두 남자주인공 사이에서 '둘 다 너무 좋아서 선택을 못하겠어!'라는 내용이 아니라  오히려 이 영화는 둘 다 별로여서, 누가 더 나은지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니 말이죠. 

어장남과 집착남이 나오는 영화로 우유부단함의 끝판왕을 보여주고 있어요. 그런데 이런 영화를 보면서 일본인들의 특성을 정말 잘 나타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여주인공 '쿠도 이즈미(아리무라 카스미)'은 그녀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준 '하야미 선생님(마츠모토 준)'과 사랑에 빠져버리게 되는데요. 


하야미 선생 역시 매일 점심마다 이즈미와 몰래 데이트를 하고, 그녀 하나로 인해 다른 교사와 격하게 싸우며, 졸업식 날엔 키스를 선물하기까지 하는 걸 보아 그녀를 '이성'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 하죠. 그런데 정작 이즈미가 고백을 하자, 단호하게 거절을 하는데요. 그 이유는 '너는 학생이고 나는 선생'이어서가 아니라, 이혼한 아내를 잊지 못해서라고 해요. 

<나라타주>라는 제목은 '나레이션'과 '몽타주'를 합쳐 만든 신조어라고 해요. 그래서 영화는 제목처럼 사회인이 된 여주인공이 자신의 기억을 조각조각 회상하는 방식으로 진행을 하고 있죠. 이때 이 기억은 대학교 시절로 갔다가, 고등학교 시절로 또 거슬러 올라감으로써 이중 액자 구조를 띄고 있는 영화에요


 과거 속의 과거인데, 굳이 영화가 복잡하게 이런 구조를 택한 건 고등학생인 여주인공이 미성년임을 의식한 선택이지 않을까 싶네요. 다른 일본의 선생과 제자의 사랑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양상인데 영화 <나라타주>는 그 영화들처럼 뽀뽀로 끝나는 로코물이 아니라 나름 '치명멜로'라는 점이죠. 한마디로 끝까지 가야한다라는 점이에요. 

고등학생 때 못 이뤘던 사랑을 대학생 때 이루게 함으로써 사제 간의 사랑에 대한 거부감을 조금 줄여보려고 하지만 궁극적으로 영화가 두 남녀주인공의 시련으로 제시하는건 '사제 간의 금지된 사랑'이 아니에요. 그건 다름 아닌 하야미 선생의 어장관리가 아닐까 싶네요. 하야미는 '엄마도 같이 데리고 살래'라고 고집을 부렸고, 고부갈등에 시달리던 아내는 그만 히스테리에 걸려버리고 말았죠. 


하야미라는 남자의 이기적인 성격은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닌데 그는 이즈미와의 관계에서도 똑같은 태도를 보여주고 있죠. 이미 졸업해서 대학교 생활을 하고 있는 이즈미에게 연락해, 매몰차게 찰 땐 언제고 연극부를 도와달라고 하며 작업을 걸리고 하고, 야밤에 쓸쓸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기도 하죠. 이즈미가 아플 땐 집으로 찾아와 손수 죽을 끓이고 간호를 하며 마음을 흔들리고 하지만 막상 이즈미가 사귀자고 하면 아내를 운운하며 뒤로 빠지는 모습을 보여주죠. 

이건 정말 어장이라고 밖에 이해가 되지 않는데 나중엔 하야미가 사실 아내와 그냥 별거중이었다라는 것도 알게 되죠. 그냥 예쁜 여학생과 연애는 하고 싶고, 그렇다고 가정을 버리고 책임지긴 싫었을 뿐이죠. '아내와의 관계가 너무 힘들다'며 곧 헤어질 거라고 말하면서 절대 헤어지지 않는, 너무나도 전형적인 유부남의 행태를 보여주고 있어요.


결국 마지막에 아내한테 가겠다고 결정했으면서 이즈미와 잠자리를 나누는 모습을 보여주죠. 그런 그의 어장관리에 힘들어하던 이즈미는 결국 그물을 빠져나와 인기 훈남인 '오노 레이지(사카구치 켄타로)'의 고백을 받아들이게 되요. 이는 그 누구라도 이와 같은 선택을 했을 것 같은데요.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엇는데 그렇게 멋지고 매력적이던 오노는 그녀와 사귀기 시작하면서, 정확히 말하면 잠자리를 나눈 뒤 부터 급속도로 집착해오기 시작을 하게 되는 것이죠. 

야심한 밤에 하야미는 여느 때처럼 이즈미에게 전화를 걸게 되는데요. 이즈미가 먼저 건 것도 아니며, 게다가 '오노와 사귀고 있으니 전화하지 마라'고 그녀가 선을 그었음에도 오노는 이를 참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죠. 결국 그녀를 억지로 범함으로써 그녀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게 되요. 그 외에도 오노는 어디를 갈지도 자신이 정한 뒤 그녀의 의견은 묻지도 않고 끌고당기기 까지 하죠


내 마음대로 할꺼니깐 넌 그냥 따라오기만 하면 된다라는 식인데 이런 식은 결코 여성들이 원하는 모습은 아니죠. 그래놓고 정작 그녀가 치한 때문에 두려움에 떨며 도움을 청하자, 무서울 정도로 차가운 목소리로 거절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정녕 초반부에 봤던 그 훈남 청년이 맞을까라는 의문까지 드니 말이죠. 

영화의 결말에 가다가면서 꿈과 사랑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차 있던 여고생이 성폭행 당한 트라우마를 이기지 못해, 비극적인 결말에 이르게 되는데요. 결국 <나라타주>는 멋진 남자들이 나 없음 못살겠다고 매달리는 환상 속 이야기로 대리만족을 시켜주는 이야기가 결코 아니라는 점이에요. 오히려 사회 속에서 데이트 폭력, 스토킹, 강간 등의 폭력과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여성들의 현실을 적극 반영한 이야기라고 할수 있어요


영화를 보면서 생각이 나는 것이 있다면 바로 현재 '미투 운동'이라고 할수 있었어요. 일본은 여성 인권이 상당히 낮은 나라인데요. 이런 나라에서 나오기 어려운 이야기라서 그런지 좀 놀라웠던것 같네요. 일본은 성관련 범죄의 신고율이 가장 낮은 나라라고 하는데 그것은 성관련 범죄에 대해서 신고를 해도 수사가 전혀 안되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전혀, 아주 전~혀 안된다고 해요. 아무래도 원작 소설이 여성 작가의 작품이라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남자 주인공들의 캐스팅이 일본 최고 인기남들인 '마츠모토 준'과 '사카구치 켄타로'라서 그런지 그냥 전형적인 멜로물이라고 생각을 하고 보게 된 작품인데요. 막상 뚜껑을 꺼보니깐 전혀 다른 내용을 담고 있어서 신선하기도 했고, 일본의 여성 인권이 좀 걱정이 되기도 한 작품이기도 해요. 또한 고등학생, 대학생, 직장인을 모두 소화해낸 '아리무라 카스미'의 섬세한 연기도 매우 돋보이는 작품이지 않을까 싶네요. 영화의 긴장감을 그녀가 좌지우지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듯 하네요. 


'국민남친'인 사카구치 켄타로의 서늘한 이미지 변신 역시 눈에 띄는데요. 두 얼굴의 소유자, 오노 레이지는 현실 속에서도 어느정도 보이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매우 오싹하게 만들지 않았나 싶네요. '마츠모토 준'은 특유의 동안 얼굴로 과연 선생님의 이미지에 맞을수가 있을까 싶었는데 그럭저럭 잘 소화를 했다고 생각이 드네요. 

영화 <나라타주>는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특히 추천을 하고 싶어지는 작품인데요. 처음부터 여주인공이 일하는 배급사 안의 영화 포스터를 비추기도 하고, 나루세 미키오, 프랑수아 트뤼포 등등 영화광들이나 알법한 영화 지식들이 나오기도 하죠. 두 남녀주인공 역시 영화를 매우 좋아하는데요. 비, 수영장, 샤워기 등 '물'로 하야미와 이즈미의 사랑을 상징을 하기도 하고, 셰익스피어의 연극을 적극 활용해 영화 전체를 이즈미가 꾼 '하룻밤의 꿈'으로 만드는 구조를 찾아보는 재미도 매우 쏠쏠한것 같네요. 


다만 이런 분위기 형성을 위해서 조금 긴 런닝타임을 가지고 있으며, 그래서 후반부가 좀 타이트 하지 않고 루즈하다라는 점이 단점이라면 단점일듯 하네요. 그래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이 드네요. 일본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작품이라 그런지 꽤 흥미돋는 그런 작품이라고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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