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기대작이었던 영화 <암수살인>을 보고 왔는데요.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나온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서 그런지 더욱더 영화를 보는데 있어서 쫄깃하고 실감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것 같네요. 방송분을 이미 보았던터라 영화를 보는데 있어서 좀더 이해가 되는것도 있었던것 같네요.
영화 <암수살인>은 살인죄로 수감된 자가 아무도 모르던 자신의 또 다른 살인을 자백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을 하게 되는데, 사실 영화 <추격자>처럼 쫄깃한 스릴러를 기대했지만 이와는 약간 다른 느낌을 주는 작품이더라구요. 사건에 대한 디테일하면서도 신중한 접근, 사건에 포함되어 있거나 사건을 좇는 사람들을 향한 주의깊은 시선을 견지하며, 비정하고 잔혹한 범죄 한가운데에서 더욱 절실하게 갈구하게 되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게 되는 작품이라고 할수 있었거든요.
살인 및 시체 유기죄로 구속된 강태오(주지훈), 그는 경찰인 김형민에게 연락하여 자신이 그 외의 여러 살인을 함께 했다고 이야기를 하게 되고, 자신이 7건의 살인을 저질렀다고 해요. 그리고 자신이 기소된 사건의 실제 흔적, 즉 죽은 여자의 옷가지와 살해도구인 밧줄이 있는 장소를 알려 주는데 그 자리에 가니 정확한 물증이 있었기 때문에 이때부터 김형사는 강태오에게 영치금과 물건들을 넣어주면서 그가 저질렀던 살인사건들을 쫓게 되죠. 하지만 100%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지만 그래도 자신의 범행 시간과 장소를 정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에 강태오의 말을 어느정도 믿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죠.
영화는 기본적으로 강태오와 김형사의 갈등구조로 되어 있는데, 정말 재미있는것은 다른 영화에서는 살인자의 존재가 베일속에 감춰 있다면 영화 <암수살인>은 강태오가 자백하는 또 다른 살인들에 대해서 베일에 감쌓여 있다라는 점이다. 가장 재미있는 점은 강태오가 범행의 자백하는 것이 아니라 강태오가 자신의 살인을 자백하는 저의를 의심하게 한다는 점이죠. 그래서 과연 강태오의 말을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라는 생각에 잠기게 되고, 강태오는 술술 진술을 하다가도 시치미를 뚝 떼는 모습을 보여주죠.
영화는 강태오라는 인물이 얼마나 악마적인가라는 모습을 보여주며 이뿐만아니라 이런 희생자의 얼굴에 가려져 피해자들에게도 주목을 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영화는 사건의 세부 내용에 대해 표현하고 묘사하는 과정에서 희생자들이 당하는 폭력을 자극적으로 전시하는 것을 최대한 지양하는 한편, 다수의 영화에서 폭력적 이미지를 위해 '소비'되기 마련이던 희생자들의 주변 사람들이 겪는 황폐한 후유증까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죠. 그리고 이런 희미한 존재만 쫓고 있는 김형사와 이런 김형사에게 비협조적인 경찰의 모습들이 대비되어 보여주고 있죠.
영화에서 '암수살인'이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것은 그저 '살인'이라는 그자체의 범행이라고 보기에는 이에 또다른 피해자. 즉, 발견되지 못한 피해자들에게 가지고 있는 현실의 비정함을 담고 있다고 할수 있어요. 경찰들에게 미제사건은 사실 긁어부스럼을 내는 것으로 치부가 되는 것이 일반적이죠. 그래서 그런지 경찰들에게 미제사건은 그저 골치아픈 사건이라고 치부가 되죠. 그래서 그런지 영화를 보는 내내 살인사건을 파혜져서 시신을 찾는다는 것의 결과만 생각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미제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에 집중되고 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영화를 보면서 더욱더 집중이 되는 것은 피해자의 가족들과 아직 발견되지 않은 피해자들에게 주목이 되는듯 하죠. 영화를 보면서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이 들었던 점은 바로 배우들의 연기력이 아닐까 싶어요. 물론 김윤석은 항상 하던대로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었고, 주지훈은 최상 최고의 사이코패스를 연기했어요. 주지훈을 그렇게 좋은 배우라고 생각을 한적이 없었는데 이번 영화를 보면서 그 생각이 달라졌어요. 주지훈은 제법 희대의 꼴통 살인마 모습을 잘 연기했는데 갑작스럽게 감정이 변화하거나, 껄렁해보이는 표정, 그리고 섬뜩함까지 모두 보여주고 있더라구요.
영화가 관객들에게, 혹은 사회에게 던지는 목소리도 제법 확고하고 정확한 작품인데, 유독 형사 처벌이 약한 한국에서 영화 <암수살인>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좀 크게 다가오는것 같네요. 한국에서 잘 볼수가 없는 소재와 더불어 무거운 주제를 제법 디테일하게 잘 그려진 작품이에요. 주지훈과 김윤석의 환상적인 연기도 볼만한 작품이라고 할수 있어요. 그리고 김윤석의 동료 형사로 진선규가 제법 비중있게 등장하는데 '범죄도시'에서 정말 냉혈한 같이 살인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는 중국 범죄자와는 달리 제법 따뜻하고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시나리오가 매우 중요한 영화이고 꽤 디테일한 각본과 연출이 필요한데 비교적 무난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보는내내 관객들이 영화에 집중할수가 있는 작품이더라구요. 중간 중간 과거로 흘러가서 보여주는 방식을 통해서, 조금 난해할 수 있는 내용에 대한 설명역할과 이야기 전환을 통한 지루함 방지 역할까지 제법 만족스러운 작품이네요. 차분하고 마초적인 김형사와 희대의 사이코패스인 강태오의 한치 양보도 없는 연기 대결 역시 매우 볼만한 부분이지 않을까 싶네요. 역시 기대했던 작품이라 그런지 좋은 영화로 다가오는 작품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