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한국영화

사바하 후기 리뷰 줄거리 해석

모나미연필 2019. 2. 24.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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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검은사제들>은 엄청난 관심과 흥행을 했기 때문에 장재현 감독의 후속작이 궁금하긴 했었는데요. 아무래도 한국형 오퀄트작품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기도 했고, 진짜 제대로 오퀄트 작품을 만들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어요. 이런 장재현 감독이 다른 오퀄트 영화로 관객들을 만났는데 바로 영화 <사바하>입니다.

일단 이정재와 박정민을 주연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을수 밖에 없었고, 사이비 종교를 다루는 영화라는 점에서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수 밖에 없었던것 같네요. 영화 <사바하>는 이렇게 늦게 개봉을 할지는 몰랐는데 예정보다는 좀 늦어진것 같네요. 두 주연과 함께 신예 이재인, 정진영, 이다윗, 진선규, 등장에 깜짝 놀랄수 밖에 없는 특별출연까지 삼박자가 완벽한 작품이지 않았나 싶네요.

 

​영화 <사바하>는 시골 마을에서 쌍둥이 자매가 태어나게 되는데요. 온전치 못한 다리로 태어난 금화, 그리고 그보다 먼저 태어난 '그것'. 그들은 올해로 16살이 되죠. 한편 신흥 종교 비리를 찾아내는 종교문제연구소의 박목사는 '사슴 동산'이라 불리는 새로운 종교 단체를 조사하게 되는데요. 그러던 중 영월 터널에서 사람의 시체가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박목사는 일련의 사건들과 그 주변을 맴도는 미스터리한 인물들에게 무언가 더욱 깊은 연관이 있음을 직감하게 되죠.

​일단 영화 <사바하>는 소재 자체의 흡인력이 매우 인상적인데요. 인간의 신념을 자양분으로 무소불위의 위치에 오른 존재와 혈혈단신으로 감히 그에게 맞서는 인물의 대립을 하게 되는 것이죠. 바탕이 되는 인간 심리만을 놓고 보면 <이끼>나 <레드 라이트>까지도 동종의 영화로 묶을수도 있을듯 보이네요. 누구든 당연히 실체 없는 말로만 쌓아올린 상아탑이라 여기지만, 한 발씩 들일수록 어쩌면 이 사람은 진짜일지도 모른다는 회의가 피어나게 되죠.

 

이 회의는 주인공의 삶에, 정체성에 정면으로 도전하기에 더욱 각별한 의미를 갖는 다는 점이 아닐까 싶네요. 주인공인 박목사는 물욕과 흔들리는 믿음을 숨기지는 않는데요. 믿음을 토대로 해야만 하는 일을 선택했음에도 그의 빈틈을 누구보다 앞서 노리는 모습을 보여주죠. 말하자면 '의심하는 사람'의 궁극적 전형이라고 할수가 있어요.

그가 이단을 세상에 알리는 이유는 자신의 굳건한 믿음이 모욕당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은 아닌데요. 믿음을 구실로 추악해질 대로 추악해진 인간들의 모습에, 그를 방치하는 신의 존재 혹은 부재에 신물이 났기 때문이죠. 정나한은 그의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라고 할수가 있어요. '믿는 사람'의 궁극적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신의 존재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고 희생을 하는 인물이죠. 그의 이름으로 행하는 어떤 일에도 거리낌이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인간적인 두려움에 시달리기도 하지만, 그를 초월하는 업의 무게를 아주 잘 알고 있는데요. 그의 믿음은 육신을 지닌, 신의 이름을 주장하는 누군가보다는 세상을 구성하고 이어나가는 운명 혹은 힘을 향하고 있는 것을 알수가 있어요.  이렇게 박목사와 정나한은 뼈대부터 상반된 인물임에도 불구, 그들의 반감과 회의는 인간이라는 같은 지점을 향하고 있어요. 신과 인간 사이엔 믿음이라는 다리가 존재하고, 어느새 그 다리는 건너편을 잊었죠. 신의 존재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아졌는데 누구보다 신에게 가깝고 그들의 목소리를 낸다는 사람들은 누구보다 먼저 신의 이름으로 자신의 욕망을 채우고 과시를 하기 때문이죠.

영화 <사바하>의 주요 주제는 바로 이것이에요. 초월적인 존재가 실제로 모습을 드러내지만, 믿는 사람과 의심하는 사람은 바뀌지 않는데요. <사바하>는 어느 쪽의 편도 들지 않은 채 신으로 인간을 말하는 작품이라고 할수가 있어요. 믿는 사람과 믿지 않는 사람 모두로 하여금 신의 존재나 권능보다는 자신의 믿음을, 나아가서는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들고 있죠. 대단히 어려운 균형잡기에 성공을 하여 영화의 전반적인 완성도까지 높이고 있어요.

 

한편으로는 장르적 욕심이 다소 과하다는 느낌도 지울수가 없죠. 관객들의 머릿속을 헤집고 오컬트 스릴러라는 타이틀에 충실하기 위해 초반부부터 분위기를 필요 이상으로 고조하고 부풀리는 모습도 볼수가 있어요. '그것'의 설정만 해도 핏발 서린 눈과 털투성이인 몸, 염소 울음이나 뱀, 기묘한 죽음을 동반하는 등 관객들의 머릿속을 헤집고 장르적인 티를 내려 힘을 잔뜩 주고 있어요. 아들들의 눈 앞에 나타나는 환상들이 그 정점을 찍고 있고요.

김제석이라는 이름의 등장은 사실상의 각본 분기점으로 기능하다고 할수가 있어요. 그런데 초중반부의 대부분은 위에서 언급한, 분위기를 잡고 관객들의 판단을 흐리는 장치들만으로 채워져 있죠. 극의 본격적인 시작을 위해 길고 번잡한 관문을 통과해야만 하는데요. 불필요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효율적인 전개는 얼마든지 가능하죠.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정해져 있는 반면, 미스터리 추적의 맛을 살리려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니 산만한 모습도 보여주고 있어요.

'그것'과 김제석, 정나한을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되고, 박목사는 관객들의 눈과 귀가 되는 관찰자이자 전달자로 만들게 되는데요. 그들의 존재와 행적만으로도 각본은 충분히 무겁게 느껴지고 있어요. 그런데 거기에 요셉과 황반장의 이야기까지 집어 넣으니 먼가 사족스러운 느낌을 가지고 있어요. 특히 이 둘은 믿음과 인간을 둘러싼 균형추에서 다른 인물의 하위 호환이거나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인물이에요. 결국은 해안스님과 더불어 몇몇 상황에서 박목사의 손발을 대신하는 도구적 역할에 그치게 되는데 이점은 살짝 아쉬운 부분이지 않나 싶어요.

일관적인 와중에도 관객들을 헷갈리게 하는 부분들도 볼수가 있는데요. 진짜임을 주장하는 가짜들이 뒤섞이는 마당에도 네충텐파의 예언만큼은 아무런 부연 없이 절대적인 것으로 각인이 되어 있죠. 나한의 믿음이 육체가 아니라 권능을 향하고 있음은 일단 벌어진 결과를 과정에 끼워맞추고 있는데요. 그만큼 충분한 근거가 없이 급작스런 변화를 보이고 있네요.

<사바하>는 여러모로 양면적인 부분들을 다루고 있어요. 소재 자체도 그리고 이를 다루고 있는 방식도 모두 양면적으로 그려지고 있죠. 비슷한 전개를 차용한 영화들을 비교한다고 해도 기승전결이 매우 잘 구성되어 있지만, 시각적으로나 장르적으로나 진입 장벽이 매우 낮은 편이죠. 감독의 능력과 뚝심이 잘 나타나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수가 있어요. 어째든 결론은 제법 재미있는 작품이고, 볼만한 영화라는 점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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