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드라마

뷰티인사이드 줄거리 등장인물 관계도 몇부작

모나미연필 2018. 9. 30.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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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 가장 핫한 드라마가 있다면 바로 라이프가 아닌가 싶은데 이[런 라이프의 후속작으로 뷰티인사이드라는 작품이 결정되었다고 하더라구요. 이민기와 서현진의 주연으로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어요.

드라마 뷰티인사이드 줄거리 같은 경우는 한 달에 일주일 타인의 얼굴로 살아가는 여자와 일 년 열두 달 타인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 남자의 조금은 특별한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 라고 하더라구요.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영화를 이미 보신분들은 대충 어떤 내용인지 알수가 있을듯 한데요. 2018년 10월 1일부터 JTBC에서 방영 예정인 월화드라마라고 하니 정말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것 같네요.

 

드라마 뷰티인사이드는 총 16부작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2015년에 개봉한 한국영화 뷰티 인사이드의 드라마판인데 영화판과 다른점이 있다면 드라마에서는 얼굴이 바뀌는 쪽이 여자고, 장편 드라마에선 매번 계속 얼굴이 바뀌기엔 무리인지 한 달에 일주일간 타인의 얼굴로 살아가는 설정으로 바뀌었더라구요.

이 드라마는 아무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게 될까봐 두려워하며 사는 이 한세계와 평생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고 사랑할 수 없다 생각한 이 서도재가 만나 어떤 모습이 되어도 알아볼 수 있는 여자, 한세계와 어떤 모습이 되어도 알아봐주는 남자, 서도재가 되어가는 이 드라마의 장르는 그야말로 예측불허 좌충우돌 힐링 로맨스를 담고 있다고 하네요.

 

그리고 그 속에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물음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외면이 누구보다 중요했던 세계와, 외면이 의미 없던 도재. 이 두 사람이 만나 진짜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나를 정의하는 것은 외면일까? 내면일까? 이 드라마는 가볍게, 그러나 깊게 질문을 던지려 하고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등장인물은 어떻게 될까요?

한세계 서현진
배우

여자는 한 달에 한번 마법에 걸린다. 그리고 나는 한 달에 한번 ‘진짜 마법’에 걸린다.

세계를 가리키는 말은 무수히 많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말은 신비주의, 스캔들 메이커, 신데렐라. 그녀의 매력은 이 세 가지에서 온다고 세간에서는 이를 한세계 버뮤다 삼종 세트라고도 칭했다. 신비주의라기에는 신비와는 영 거리가 먼 스캔들 메이커, 스캔들 메이커라기에는 잠은 꼭 집에 가서 자는 신데렐라.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이 매력들에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다나. 

탑배우의 대문 앞을 지나다니는 인간 CCTV들의 입소문에 의하면 세계의 집을 들락거리는 남자는 기십 명에 달했다. 남자들의 얼굴은 평균을 내거나 특정 취향을 꼽을 수 없을 만큼 제각각이라고 했다. 심지어 인종까지도 제각각. 이 정도면 그냥 남자 자체를 너무 좋아하는 거지. 사람들은 숙덕였다.

그렇게 염문을 뿌리고 다니지만 절대 집 밖에서는 목격되지 않았다. 나가지 않는 대신 일 해주는 사람들이 쉴 새 없이 들락거렸다. 항간에는 그들이 세계의 시녀쯤 된다고 했다. 요가선생님, 집안일 해주는 아줌마, 피부관리사, 하다못해 점쟁이까지. 공주가 따로 없다더라. 자기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단 하나도 없대.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지는 댓글들에도 세계는 무반응 했다.

그 중 가장 핫한 소문은 세계에게 아이가 있다는 소문이었다. 신비주의, 스캔들 메이커, 신데렐라. 셋 다 탑여배우에 걸맞은 별명이지만 애 엄마는 안 돼. 그러게 내가 뭐라고 했어. 그때그때 꼬박꼬박 나한테 전화하라고 했지. 매니저이자 오랜 친구인 우미는 길길이 날뛰었다. 어떤 소문에도 흔들리지 않던 세계였지만 이때만큼은 마음이 조금 휘청였다. 화가 난다기보다 서글펐다.

그 모든 사람은 다 나였어.

 

세계에게는 자고 나면 얼굴이 바뀌는 병이 있다. 세상 어디에서도 없는 병. 마법이라고 밖에, 혹은 저주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는 병. 딱 스물이 되던 해에 처음으로 발병했고, 꼬박 10년을 앓아왔다. 한 달에 한 번 특정한 주기가 되면 세계는 다른 사람의 얼굴로 변했다. 소문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마법에 걸린 세계였다. 혹은 저주에 걸린 세계. 세계는 그 기간을 그림자의 기간이라고 불렀다. 그림자로 지내는 기간은 배우의 고단한 삶에 때로 도피처가 되었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 함부로 가고, 아무 술집에서나 술을 마시고, 다이어트 하느라 못 먹던 야식을 마음껏 먹었다. 어차피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올 테니까 할 수 있는 일들이었다.  

세계의 모든 계약 조건에는 이 특정 주기에 관한 조항이 들어갔다. 한 달 중 일주일은 결코 어떤 촬영도, 어떤 스케줄도 하지 않을 것. 설마 말만 그런 거겠지. 쉽게 생각하고 도장을 찍어주면 반드시 큰일이 났다. 드라마 초 생방 상황에서 일주일을 펑크 내서 드라마가 제때 나가지 못한 것만 해도 횟수로 세 번이었다. 말이 세 번이지 업계에서 매장 당하지 않은 게 이상했다. 때문에 세계는 오만하고 제멋대로인 배우로 방송가에 낙인 찍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가 여전히 탑 자리에 있을 수 있는 이유는 세계의 넓은 연기폭 때문이었다.

백면미인(百面美人)

백 개의 얼굴로 백 가지의 연기를 한다 해서 생긴 세계의 별명은 백면미인. 남자, 여자, 중년, 노인, 심지어 아이까지 세계의 연기폭은 거침없었다. 그 별명을 처음 접했을 때 세계는 코웃음을 쳤다. 백 가지가 아니라 천 가지 만 가지의 삶도 살아봤으니까. 다만 그 천 가지 만 가지 삶 속에 희, 노, 락은 있었으나 애는 빠져있다. 그도 그럴 것이 얼굴이 변하는 자신을, 심지어 성별까지 변하는 자신을, 수천의 루머에 뒤덮인 자신을, 진실로 사랑해줄 남자는 흔치 않았으니까. 마법에 빠진 내 모습까지 예쁘다고 해줄 사람이 있을까? 아니, 그게 나인지 아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 세계의 앞에 자신을 알아보지도 못하는 도재가 나타난다. 나를 모른다고? 한국을 넘어 아시아까지 정복한, 이 유명하느라 피곤하신 나를 모른다고? 근데 한큐에 나를 모른다고 했던 이 남자, 변한 나를 알아본다. 변한 모습을 한 채로는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말을 건넨다. 우리, 어디서 본 적 있죠?

서도재 이민기
선호그룹 티로드항공 본부장

그는 신이 있다는 증거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건, 말이 안 된다.

세상에 평등이라는 말만큼 우스운 말은 없다. 도재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태어날 때 축하 선물로 통장에 ‘0’ 열한 개쯤은 가뿐히 받았고, 자라며 부친에게 받은 수려한 외모와 키를, 모친에게 받은 타고난 머리를 자랑했다. 그 자랑은 도재가 하는 것이 아니었다. 도재의 집안이, 도재의 집안이 가진 그룹이, 그 그룹이 발 딛고 서 있는 대한민국이 했다. 이 잘나디 잘난 재벌 3세를 온 나라가 주시했고, 도재는 한번 고꾸라지지 않고 그 시선에 보답했다. 그야말로 훌륭한 시대의 남성상이었다.

안 그래도 가진 게 많은데 다 자란 나이에 새 아버지와 새 여동생까지 가지게 되었다. 둘 다 자신과는 피 한 방울, 마음 한 자락 섞이지 않은 인연이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언제나 일 속에만 파묻혀 살던 제 어머니가 건강한 화초처럼 싱그럽게 피어나는 모습이 제법 보기 좋았다.

새 여동생인 사라가 호시탐탐 제 자리를 노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도 괜찮았다. 어차피 그 ‘하늘’은 제 ‘하늘’이었으니까. 하늘은 의심 없이 도재의 것이자, 도재의 운명이었다. 사라가 아니어도 선호그룹의 핵심인 티로드항공을 노리는 일가친척만 수십이었다. 그러다보니 그 티로드항공에서 본부장으로 일하고 있는 도재의 책임이 막중했다. 도재의 얼굴은 곧 티로드항공의 얼굴, 티로드항공의 얼굴은 곧 선호그룹의 얼굴이었다. 사실, 따지자면 회사 앞 입간판에 승무원 복장을 하고 서 있는 얼굴은 세계의 것이었지만.

 

신은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에 흉터를 남긴다.

애석하게도 신은 공평하다. 때때로 발걸음이 늦을 뿐. 신의 공평은 스물다섯, 미국 유학 시절에 찾아왔다. 한국으로 돌아오던 날 차에 치이려던 할머니를 구하려다 사고를 당했다. 그 사고로 도재는 사람의 얼굴을 구분하지 못하게 됐다. 통칭 안면인식장애였다.

흠 하나 없던 삶에 생긴 균열을 감추기 위해 도재는 부단히도 노력했다. 앞에 선 여성이 내 어머니인지, 지나가던 옆집 아주머니인지 알기위해 자주 입는 옷차림, 손버릇, 걸음걸이, 가까이서 맡아지는 체향 하나하나 모두 다 기억했다. 어디를 가도 항상 비서를 대동했다. 그러고도 찾아오는 위기상황은 타고난 임기응변으로 모면했다. 활주로보다 더 드넓고 매끈했던 탄탄대로의 삶을 잃어서는 안 되니까.

도재의 부서에 있는 모든 직원들은 이름표를 착용했다. 회사 내에서 오직 이 부서만. 이 별난 본부장님이 싫을 만도 하건만 어찌된 건지 여사원들의 판타지는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갔다. 하긴. 수정 씨, 머리 바꿨네요? 못 알아봤어요, 같은 지극히 진실 되고 지극히 설레는 멘트를 마구잡이로 뱉어대는 도재를 연모하지 않을 여자가 있을 리가.

원래 도미노란 일순간 무너지기 위해 세우는 것.

세계의 스캔들이 터지는 날은 회사의 주식이 바닥을 치는 날이었다. 따라서 도재의 기분도 바닥을 쳤다. 계약을 파기한 날,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멀리서 걸려온 전화 한 통이 아니었으면 완벽히 그랬을 것이다. 직항이 없는 노선을 대한민국 항공사 최초로 취항하기 바로 직전인 순간이었다. 코드셰어를 하기로 한 외국항공 대표에게 직통으로 전화가 왔다. 한세계를 모델로 쓰지 않으면 이 모든 계약을 없던 일로 하겠다고. 까다롭기로 유명한 그쪽 대표가 이 계약에 오케이를 한 이유가 순전히 티로드항공 모델이 한세계이기 때문이란다. 노선 취항은 비단 노선 취항의 문제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곳에 들어서기로 한 거대 호화 리조트, 그에 따른 관광사업까지. 노선 취항이 무너지면 줄줄이 도미노처럼 모든 게 무너지게 된다. 할 수 없다. 이 도미노를 지키기 위해선 이 도미노의 제일 첫 번째 블록인 한세계를 넘어지지 않게 하는 수밖에는. 

그렇게 애써 한세계라는 도미노 블록을 일으켜 세우고 있는 도재 앞에 낯선 여자가 나타난다. 무릎까지 오는 원피스, 힐을 신고서 또각또각 제게로 걸어오는 걸음걸이, 손끝의 온도, 촉감. 처음 보는데도 자꾸만 익숙했다. 꼭 본 것만 같은데. 일주일 전에도, 그제도, 분명 어제도 만났던 것 같은데. 그때는 조금 더 키가 컸던 것 같기도, 작았던 것 같기도 한데. 그래서 물었다. 너 도대체 누구냐고. 그랬더니 그 여자도 물었다. 당신 도대체 뭐냐고. 그 순간, 도재의 마음 속 견고한 도미노가 경쾌하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강사라 이다희
선호그룹 원에어 대표

세상은 똑똑한 여자를 독한 여자로 키운다.

한번 안 건 절대 잊지 않는다. 똑똑하다 못해 맹랑하기까지 했던 아이는 첫 받아쓰기 백 점을 맞던 순간을 기억한다. 저를 향해 쏟아지던 칭찬과 박수, 그리고 선망의 시선. 그 말할 수 없는 짜릿함. 남들이 못하는 걸 하고 남들에게 없는 걸 갖게 되면 이 칭찬과 박수가, 이 선망의 시선이 끊이지 않을 것임을 사라는 그 순간 본능적으로 알았다. 사라는 절대 그것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사라를 세상은 어느 샌가 독한 년이라 부르고 있었다.

손가락으로 하늘에 원을 그려봐. 그 원을 뺀 만큼 다 내 거야.

이 바닥 인생 뻑하면 인수합병이라지만 그 인수합병에 제 인생까지 말려들 필요는 없었다. 아버지의 재혼은 살면서 한 번도 꿇려본 적이 없던 사라가 처음으로 꿇어본 경험이었다. 데릴사위쯤으로 새 장가에 드는 아버지의 혼수품으로 딸려 들어가 피 한 방울 안 섞인 가족들 사이에서 식구 노릇하기 어언 십 년. 아버지는 한 이불 덮는 아내라도 있지 그 십 년의 세월 내내 저는 그 집안 주위를 둥둥 떠다니고 있는 조각배에 불과했다. 그래도 십 년 내내 죽어라 노를 저었더니 항구 한 자리쯤을 차지할 수 있게 되었다.

할아버지의 눈에 들어 저가항공사인 원에어의 대표가 됐다. 남들은 젊은 나이에 성공했다고 하지만 그건 정말 사라를 모르고 하는 소리였다. 그 하늘은 사라가 안주하기에는 너무 작고 좁은 하늘이었다. 이왕 가질 하늘이라면 티로드항공쯤은 되어야 했다. 제가 못 가질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도재가 만만치 않았다. 공식 후계자이자 남이나 다름없는 오빠. 일단 그 오빠를 쓰러뜨려야 할 텐데 자기 스스로 넘어지지 않는 한 넘어뜨리기가 쉽지 않았다. 잠깐, 스스로 넘어진다고?

 

사랑? 그딴 거 돈으로 사겠어.

곁에 사람도 잘 안 두는 인간이 항공사 모델인 한세계를 싸고돌 때 알아봤어야 했다. 사랑은 성공의 걸림돌일 뿐. 도재는 그 걸림돌을 스스로 제 앞에 놓고 넘어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사라는 그 앞에 커다란 수렁을 파놓고 기다리기만 하면 됐다. 일단 수렁을 파기 위해선 한세계, 그 여자의 비밀이 필요했다.

한세계의 뒤를 캐봤더니 은호가 딸려 나왔다. 경계하는 눈초리의 이 남자는 어디 세탁실에 들어가 표백이라도 당한 것처럼 속이 새하얬다. 꼭 하늘에 떠 있는 구름 같았다. 눈으로는 볼 수 있지만 만질 수는 없는 구름. 티끌 하나 없는 은호 앞에서 자신의 티끌들은 모여 태산이 되었다. 처음으로 그게 부끄러웠다.

제가 쥔 어떤 모범답안과 해설지에도 이 남자의 이름은 없는데. 이 남자의 이름은 천국 가는 명부에나 있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그와 나는 죽어 가는 길도 달랐다. 이토록 다른 이 남자를 나는 사랑하게 된 걸까? 하지만 얘는 내가 아니라 신을 사랑하는데. 포기하지 않고 일단 기도로 신과 협상하기로 한다.

류은호 안재현
신부지망생

깨끗하게, 맑게, 자신 있게.

고등학생 시절 은호가 지나가면 옆 학교 애들이 하나같이 소리쳤다. 야! 인간 포카리스웨트 지나간다! 그렇다. 일상으로 손실된 촉촉함을 존재만으로도 채워주는 남자. 도시에 살고 있음에도 도시의 혼탁함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는 숲처럼 고요한 남자. 뒤를 비추는 후광이 너무 세서 마음속 티끌 한 점 보이지 않는 남자. 그래서 감히 가지려 할 수 없는 남자. 그게 바로 은호였다. 깨끗하고, 맑고, 자신 있는 것은 은호의 외모뿐만이 아니다. 심성 또한 그러했다. 이렇듯 인류의 공공재로서의 완벽한 자격을 갖춘 은호가 여자가 아니라 하늘에 계신 주님을 만나고, 부모님의 뜻이 아니라 마리아님의 뜻을 따라 신부의 길을 가기로 선택한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는지도.

 

그 신부(bride) 아니고 그 신부(priest).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하라는 결혼은 안 하고 제 인생을 신에게 바치겠다니 그야말로 하늘이 무너질 일이었다. 엄마의 눈물과 입원의 콜라보레이션은 번번이 은호의 신학교 입학 지원을 방해했다. 이번에는 반드시, 결단코 입학하리라. 엄마 때문에 꿈을 놓치기에는 그 꿈이 너무 진지했다.

세계와는 유치원 동기로 지금껏 지겹게 붙어있다. 남들은 속도 모르고 탑배우랑 친구라고 하니 부럽다 연발이지만 그렇다고 속을 다 내보일 수는 없는 일이었다. 내 친구 세계가 사실은 아무 때고 아무 사람으로 변한다는 걸 그 누구에게 말할 수 있을까. 남자로도 여자로도 변하는 세계를, 남자로도 여자로도 보지 않고 그저 사람 보듯 보는 은호. 어쩌면 아무리 탐내봐야 사람의 것이 아닌 신의 소유가 되기로 한 남자여서, 그렇기 때문에 세계의 비밀을 알게 되고 지키게 될 자격이 생겼는지도 몰랐다.

네 원수를 사랑하라.

고요한 호수 위의 배처럼 천천히 흘러가던 은호의 삶에 풍랑이 인 건 한 여자가 등장하면서부터였다. 갑자기 나타난 사라는 가장 친한 친구인 세계를 곤경에 빠뜨리고, 자꾸만 세계의 비밀을 캐내려 들었다. 왜 그렇게까지 나쁘려 하는 걸까? 나쁜 게 뭐 기분 좋다고. 게다가 진짜 나쁘다고 하기에는 사라의 행동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물의 흐름보다도 투명하고 쉽게 읽혔다. 그래서인가? 자꾸만 사라의 곁에 서면 찰랑이는 물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문득 웃음이 새어 나오고, 같이 있으면 자주 즐거웠다. 네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이 정말로 이런 사랑을 말하는 것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 착각인가? 지금 신의 목소리보다 당신 목소리가 더 가깝게 들리는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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